나는 왜 뭐든 빨리 배우는데 잘하는 게 없을까? — 취미 부자의 심리학

2026. 6. 22. 12:38​뉴질랜드 이야기 (NZ Life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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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름 어설픈 취미 부자예요

진짜 잘하는 취미 부자가 아니라, 원래 취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그 어디쯤 되는 실력이라야 한다는데 저는 대개는 비기너 보단 살짝 잘하는 수준의 취미 부자예요. 잘하는 건 없는데 할 줄 아는 건 좀 있는 그런 사람이랄까요. 아는 건 많지만(?) 깊이는 없는...

누가 "같이 해볼래?" 하면 거절을 잘 못해서 같이 하기고 하지만, 대개는 심심한 시간을 못 참다 보니 어느새 또 뭔가를 혼자라도 배우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돼요. 그런데 Introvert  성향이라 친구는 잘 못 사귀어요. 가구 조립, 페인트 칠, 타일 붙이기, 서예, 골프, 손뜨개질, 피아노, 수영, 테니스 미싱까지...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하고 독학하기도 했죠.

뜨개질도
서예교실도 가고요
데크에 오일도 먹이고
식탁에 타일도 붙혀보고



학교 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영어코스, 비즈니스코스, 회계학등 다닌 학교를 다 합치면 거의 4~5년은 된 것 같아요. 애들이 어릴 땐 일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 애들 학교 가있는 시간에 저도 열심히 무료 유료 코스를 알아보며 다닌 거죠.. 또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성격이라 저지르고 보는 편이거든요..  한국에 있을 때도 20대 내내는 자격증을 따러 다녔어요. 오클랜드 오기 전 12년 동안 무역회사에 다녔어서 코트라 무역코스부터  정보처리기사 1급, 전산회계 1급, 무역영어 1급,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자격증 등...
근데 지금 그 자격증이 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

이런 사람을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 두 가지 있더라고요

첫 번째, 멀티포텐셜라이트(Multipotentialite)

에밀리 와프닉이라는 사람이 TED 강연에서 소개한 개념이에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빠르게 배우고, 또 새로운 걸 찾아 떠나는 사람들인데요. 중요한 건 이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은 쌓는다는 거예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대표적인 예로 꼽히죠.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한테는 좀 과분한 개념이에요. 😂 배우긴 했는데 전문가 수준은 또 아니거든요.

두 번째, 스캐너(Scanner) 타입- 저는 여기에 가까운 듯

바바라 셔라는 작가가 쓴 개념인데요, 이게 저한테는 훨씬 더 찰떡같이 맞아요. 뭔가에 꽂히면 열정적으로 파고들다가, 어느 순간 "됐어, 다음!" 하고 훌쩍 떠나버리는 사람들이에요. 전문가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탐색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나 봐요.

배웠는데 실력은 없는 이 아이러니

근데 이게 진짜 웃긴 게 뭔지 아세요?
분명히 배웠거든요. 대개는 선생님한테 제대로 배웠어요. 꽂히면 일단 한 번은 꼭 선생님께 배우는 게 제 스타일이거든요. 처음엔 또 남들보다 빠르게 늘어요. 눈썰미가 좋아서인지 초반엔 항상 "어, 이거 나 좀 하는데?" 싶어요.
근데 딱 거기서 멈춰요.
꾸준히 하는 사람을 결국 못 이기고, 실력이 쌓여야 할 시점에 흥미가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자격증을 따는 순간 흥미를 잃는다고 해야 하나요. 목표에 닿는 순간 엔진이 꺼지는 느낌이랄까요.
심리학적으로는 이걸 성취 후 흥미 소실이라고 한대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자체가 진짜 즐거움이었던 거고, 도착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동력을 잃는 거라고요. 나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뇌 구조라는 거죠.
그리고 새로운 걸 배울 때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데, 익숙해지면 그 자극이 확 줄어드는 것도 한몫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는 항상 도파민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사람인 거예요. 😄 제가 도파민 중독자였다니..
그래도 쓸모는 있더라고요
꾸준히 한 우물 파는 사람한테는 못 이긴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페인트 칠도 직접 할 줄 알고, 타일도 붙일 줄 알고, 가구도 뚝딱 맞출 줄 알고, 회계도 볼 줄 알고, 영어 소통도 되고... 이게 다 그 수많은 "찝쩍댐"의 결과물이더라고요. 완전히 못 쓸 정도는 아닌 거예요. 그냥 생활밀착형 만능 아마추어 정도? 숙박업 하는 저한테는 나름 찰떡요소이긴 해요. 커튼도 줄이고 가구도 맞추고 간단한 페인트 칠도 하고요.

그리고 이제는 "나 왜 이러지" 하고 자책하는 대신, 그냥 저는 스캐너 타입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이름도 있고, 저 같은 사람이 세상에 꽤 많다는 것도 알았으니까요.

혹시 이 글 읽으시면서 "나도 그런데?" 싶으신 분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생활밀착형 취미부자. 이 표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자책 대신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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