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31. 08:48ㆍ뉴질랜드 이야기 (NZ Life Info)
모텔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고 어이없는 일인데, 그때는 순진하게도 아무 의심을 안 했답니다. 오늘은 모텔 초창기에 겪었던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볼게요.

🏨 첫인상은 너무나 평범했어요
어느 날 부킹닷컴으로 예약 손님이 들어왔어요. 호주에서 온 백인 가족이었는데, 남편이랑 엄마, 그리고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둘, 총 네 명이었어요.
엄마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야리야리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중년 여성이었는데, 첫눈에 "아, 교양 있어 보이는 분이네" 싶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 인상이 함정이었지만요 😅
💸 "돈이 아직 안 들어왔어요"
다음 날, 그 엄마가 리셉션으로 찾아왔어요.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오면서 은행에 목돈을 송금했는데, 아직 뉴질랜드 계좌로 입금이 안 됐어요."
그러면서 종이 한 장을 내미는 거예요. 딱 봐도 굵직한 숫자가 찍힌 bank transaction 확인서였는데, 몇십만 불이 적혀 있더라고요. 눈이 휘둥그레질 만했죠.
"오늘내일 중으로 입금될 거예요. 그때 방값 드릴게요. 사실 저희 지금 집을 구하고 있거든요. 집 구할 때까지 여기서 묵어도 될까요?"
장기 투숙이라는 말에 솔직히 혹했어요. 모텔 입장에서 장기 손님은 반갑거든요. 그래서 그냥 "네, 그러세요. 내일 내시면 돼요" 했죠. 지금 생각하면 이미 그때부터 흔들린 거예요.
💍 반지랑 목걸이를 맡기겠다고요?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돈이 안 들어왔대요. 이번엔 작은 파우치를 하나 내밀면서 하는 말이,
"제 반지랑 목걸이예요. 이거라도 맡길게요."
저도 참 순진했죠. 열어보지도 않고 "그러세요" 했어요. 장기로 묵겠다는 사람이 보석까지 맡기는데 설마 사기 치겠어? 싶었던 거예요. 나중에 이게 얼마나 허망한 믿음이었는지 알게 되지만요.
🚨 이상하다 싶었던 순간
그날은 아예 리셉션에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예요. 방 앞에 가서 똑똑 두드렸더니... 네 명이 아주 편하게 드러누워서 TV를 보고 있더라고요.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요.
그 순간 뭔가 싸한 느낌이 확 왔어요.
이미 3일이 지난 상황이라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고, 오늘은 꼭 방값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잠시 후 그 엄마가 리셉션으로 찾아왔는데, 이번엔 눈물 작렬이었어요.
엉엉 울면서 "저희 진짜 갈 데가 없어요. 돈이 곧 올 거예요" 하면서 또 그 bank transaction 종이를 꺼내는 거예요.
받아서 자세히 봤죠. 그런데...
날짜가 3년 전이었어요.
😱 3년 전 종이라고요?
"이거 날짜가 3년 전인데요?"
했더니, 당황한 표정이 딱 보이더라고요. 그러더니 바로 또 울음보를 터뜨리면서,
"오빠한테 전화해서 돈 부쳐달라고 할게요.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리셉션에서 전화를 하라고 했어
요. 오빠랑 꽤 오래 통화하는데, 듣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어요. 분위기가 돈을 보내줄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바꿔달라고 했어요.
오빠 왈, "돈 못 줘요."
제가 "그럼 저희는 어디서 받아요?" 했더니, "알아서 하세요"래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동시에 열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더 이상 봐줄 이유가 없었어요.
🧳 짐 싸서 나가세요
"지금 바로 짐 싸서 퇴실해 주세요."
그랬더니 또 엉엉 울면서 갈 데가 없다는 거예요. 진짜 돈이 오고 있다면서 자기가 잘 못 가져온 게 아니라 최근 건 잃어버렸다면서..... 솔직히 잠깐은 안 됐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들까지 있으니까요. 근데 정신 차려야 했어요. 이 사람들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던 거잖아요. 온 가족이 말이죠.
몇 시까지 퇴실하라고 못 박았어요. 그 여자는 나가면서까지 "꼭 돈 갚으러 올게요"라고 했는데, 당연히 그 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저희가 못 받은 금액은 총 5일 치 방값이었어요. 퇴실 당일도 늦게 나가는 바람에 그날 다른 손님도 못 받았고요. 실제 손해는 방값 이상이었던 셈이죠.
💔 파우치 안에 뭐가 들었냐고요?
그 맡긴 파우치, 혹시라도 싶어서 다시 열어봤어요.
애들 장난감 목걸이랑 반지였어요.
진짜라고 믿었던 제가 바보였던 거죠 😞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짜인 수법이었어요. 불쌍해 보이는 외모, 그럴듯한 서류, 눈물, 보석 담보까지. 다 계획이었던 거예요.
📌 그 후로 생긴 원칙
그 일 이후로 저희 모텔은 선금 없이는 절대 방을 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아무리 사정이 딱해 보여도, 아무리 서류를 보여줘도요.
나중에 같은 업종 하시는 분한테 들었는데, 어떤 분은 한 달 치를 통째로 뜯겼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나마 5일 치에서 끝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죠.
그 후로 진짜 한 번도 안 당했냐고요? 🤔
모텔 하다 보면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
뉴질랜드에서 모텔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들 앞으로도 틈틈이 올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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