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클 감상후기 |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여러 감정 안고 나왔어요

2026. 5. 20. 07:09​뉴질랜드 이야기 (NZ Life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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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리뷰 하나 안 보고 갔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 검색하면 쏟아지겠지만, 남의 시선을 먼저 읽고 가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사람 판단이 내 판단인 양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냥 백지상태로 가서 내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늦기 전에 봐야겠다 싶어서 친구들 부부하고 예매하고 갔는데, 결론적으로 잘 갔다 싶었어요.


화요일은 영화가 반값인데 그래도 한산한 극장
봐야지 하다가 내려가면 어쩌지 하고 예매


어두울까 봐 걱정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요. 마이클 잭슨의 삶이라는 게 화려한 만큼 논란도 많고 말년은 참 안타까웠으니까, 영화도 그쪽에 초점을 맞추면 보는 내내 무겁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훨씬 밝았어요.

어릴 때부터 무대를 사랑했던 소년의 모습, 잭슨 파이브 시절 형제들과 함께했던 장면들, 처음 솔로로 서던 순간의 설렘 같은 것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아, 이 사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었어요. 우리가 뉴스에서 보던 논란의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음악 앞에서 순수하게 빛났던 한 사람을 본 느낌이랄까요.

물론 어두운 부분이 아예 없진 않아요. 아버지 조 잭슨으로부터 받은 억압과 상처, 유명세가 커질수록 좁아지는 일상, 외로움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나오거든요. 근데 그게 과하게 자극적으로 묘사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어요.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더 아프더라고요.

천재라는 게 축복일까, 짐일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 생각이 맴돌았어요.
마이클 잭슨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너무 뚜렷했잖아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종류의 재능. 영화에서도 그게 느껴지는 게,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고통도 잊은 것처럼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게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론 짠하기도 했어요. 무대 밖의 일상으로는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요.

공연장에서 실신해서 실려 나가는 팬들, 떼창으로 가득 찬 수만 명의 관중. 그 에너지가 스크린을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열광이 끝나고 혼자 남겨지는 순간의 공허함은 또 얼마나 컸을까 싶더라고요. 콘서트만 하면서 평생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팬들의 사랑이 일상의 외로움을 채워주진 못하잖아요.

사실 저는 평소에 안 유명하고 돈 잘 버는 직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예인들 보면 돈은 많이 벌어도 유명해지는 순간 사생활이 사라지잖아요. 카페 한 번 편하게 못 가고, 마트에서 장 보다가 사진 찍히고. 저는 이미 그 소소한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아는 나이가 된 걸까요. 동네 걸어 다니고,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 평범함이요. 우리 아이가 한참 연예인이 꿈인적이 있었는데 되지도 않았는데 된 걸 걱정하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우리가 상상도 못 할 그들만의 세계가 분명 있을 테고, 그건 그들이 선택하고 감당하는 삶이니 제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죠. 마이클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을 거고, 영화가 그걸 보여줬다는 게 저는 좋았어요.

오클랜드에서 영어로 영화 보기


이건 뉴질랜드 사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극장 갈 때마다 은근히 긴장해요. 영어를 너무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고요. 애들 영화는 그나마 천천히 말하고 표현도 단순해서 괜찮은데, 오펜하이머 같은 영화는 진짜 고역이었거든요. 그때 얼마나 한글 자막이 고팠는지, 아니 영어 자막이라도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어요. 이번엔 마이클 잭슨 이야기다 보니 음악이 절반이고, 감정으로 느끼는 장면들이 많아서 언어 장벽이 생각보다 덜했어요. 대사를 다 못 알아들어도 화면만 봐도 충분히 따라가지더라고요. 이런 영화가 영어권 나라에서 보기엔 딱이에요.

최대한 스포 없이 쓰려고 했는데,  직접 보시면 느끼는 게 훨씬 많을 거예요.
마이클 잭슨에 대해 잘 모르셔도, 특별히 팬이 아니셔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예요. 한 사람의 삶을 통해서 재능과 외로움, 사랑과 고독에 대해 잠깐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 싶었고요. 콘서트 같은 영화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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