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세계평화지수 2위 — 하지만 그 평화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이유

2026. 6. 11. 08:06​뉴질랜드 이야기 (NZ Life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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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지수 2위. 매년 빠지지 않는 이름, 뉴질랜드. 숫자만 보면 이 나라는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지요. 실제로 안전하기도 해요. 첨엔 이런거 보면 좋았어요. 내가 선택한 나라가 참 좋은 나라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한국인인 저는  57위인 한국보다 여기가 덜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가 TOP10은 아래와 같아요.  이건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순위 이동만 있을뿐이죠
1.Iceland 2.New Zealand 3.Switzerland 4.Slovenia 5.Ireland 6.Austria 7.Portugal 8.Singapore 9.Finland 10.Japan

좀더 자세한 내용은 [https://www.visionofhumanity.org/maps] 에서 볼 수 있어요.

 

찾아본 김에 관심있는 나라 몇곳도 같이 찾아봤어요 .

우리나라랑 북한은 순위

57.South Korea 147. North Korea

 

우리나라는 57위로,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 상태인 나라예요. 종전이 아니라 전쟁이 잠깐 멈춰있는 거고,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주민 억압, 정치범 수용소, 극도의 군사화가 워낙 심하니까 지정학적 체감은 훨씬 위험하겠죠. 

 

중국과 대만은 순위 

42. Taiwn 118. china

 

중국(118위)이 대만(40위)보다 훨씬 낮은 순위인데, 실제로는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입장이잖아요. 이게 모순처럼 보이지만 지수 구조를 보면 이해가 돼요. 왜 이런 결과가 나오냐면, 글로벌 평화지수는 "그 나라가 얼마나 평화로운가"를 측정하는 거지, "그 나라가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게 아니에요. 중국은 내부적으로 신장·티베트 억압, 높은 군사비 지출, 정치적 폭력 지표 등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고, 대만은 국내 사회 안전도·민주주의 안정성·치안 면에서 점수가 높아요. "외부에서 위협이 오는 것"은 이 지수에 잘 반영되지 않는 구조예요. 대만 입장에서는 매일 중국 군용기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데 평화지수 40위라는 게 실감이 안 나겠죠. 숫자가 포착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 대만의 경우는 뉴질랜드와 정반대 방향으로 — 지수는 평화롭다고 하지만 지정학적 체감 현실은 훨씬 긴장된 상황이니까요.

 

지금 전쟁이 한창인 나라들 순위는 아래와 같네요.
134. USA 144. Iran   159. Israel 159. Ukraine 163. Russia

 

통계가 말하는 평화

글로벌 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는 매년 163개국을 대상으로 군사적 충돌, 정치 불안정, 범죄, 테러 위협 등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깁니다. 뉴질랜드는 2026년 기준 세계 2위. 전쟁이 없고, 정치는 안정적이며, 총기 규제는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더욱 강화됐고요. 지리적으로도 세계의 분쟁 지역과 멀리 떨어진 태평양의 섬나라지요.

이 수치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뉴질랜드의 평화는, 구조적으로 진짜거든요.

통계 뒤에서 흔들린 일상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뉴질랜드의 도시 풍경은 조금 달랐었어요.봉쇄령이 풀리자마자 뉴스를 채운 건 '램 레이드(ram raid)'와 '스매시 앤 그랩(smash and grab)'이었어요. 차량으로 상점 유리문을 들이받거나, 망치로 진열장을 깨고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범죄가 도시 곳곳에서 잇달았어요. 슈퍼마켓 협동조합 Foodstuffs North Island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매장 내 심각한 사건은 246%나 폭증했지요. 커다란 쇼핑몰 대낮에 복면을 하고 망치를 든 강도들이 보석가게의 진열대를 망치로 깨 부수고 보석들을 훔쳐가는 장면은 정말 영화에서나 보는 장면 이었죠. 사람은 해하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 했어요. 

전문가들은 원인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실질 임금 감소, 즉 경제적 압박에서 찾았어요. 범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난이 더 가파르게 깊어졌다는 것이죠. 실제로 뉴질랜드 법무부의 범죄 피해 조사에 따르면 전체 범죄 피해 경험률 자체는 2018년(30%)과 2023년(31.5%) 사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흥미로운 수치가 하나 있어요. 같은 기간,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30%에서 24%로 떨어졌지요. 그리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집단은 아시아계 이민자였고요 — 2018년 대비 2023년,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두 배(22%)로 증가했다고 해요. 범죄 통계가 아니라, 체감의 문제.. 지요

시티를 걷다가 마주치는 것들

평화지수가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 있어요. 오클랜드 시티 한복판, 퀸스트리트를 걷다 마주치는 홈리스의 얼굴들이죠. 

뉴질랜드의 노숙자 문제는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됐다고 해요. 구세군(Salvation Army)과 Community Housing Aotearoa의 조사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노숙자 수는 2024년 9월에서 2025년 9월 사이 단 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요(426명→940명) 전국적으로도 홈리스 증가 속도가 인구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2025년 7월 발표됐어요. 코로나감염땐 정부가 홈리스 들에게 호텔 모텔등을 제공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끝난 후 정부 보조를 못 받는 그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된거죠. 정부의 대응은 무엇이었을까요?? 2026년 2월, 뉴질랜드 정부는 전국 도심에서 홈리스를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는 'move-on orders(이동 명령)' 정책을 발표했답니다. 경찰관이 재량으로 노숙자에게 해당 구역을 떠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인데 오클랜드 시티 미션과 웰링턴 시티 미션은 즉각 반발했어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뿐, 홈리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서 노숙자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평화일까요? 아니면 그것은 또 다른 방식의 외면일까요? 

그린레인 도로에서 신호에 걸릴 때마다 누군가 묻지도 않고 차 앞유리에 물을 뿌리고 차를 닦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길 한쪽에 어른들과 아이그 패트병에 거품물과 스크래퍼를 들고 있다가 신호가 걸리거나 차가 막히면 잽싸게 거리로 나와서 일단 차 앞유리부터 닦고 운전석으로 와요. 안줘도 되지만  첨엔 무서워서 2달러를 건넨적이 있어요. 그날 남편과 크게 싸웠어요. "그러니까 계속 그 일을 하는 거야." 그 뒤로는 그 사람이 없는 신호등을 바랐고 그냥 지나치기를 바랐고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바랬어요. 안 보이는 날은 마음이 편했고요. 물론 그 사람은 다른 신호등 앞에 서 있었겠지만. 뉴질랜드 정부의 move-on orders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겠죠.

그럼에도, 뉴질랜드가 평화로운 이유

비판을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이죠. 뉴질랜드는 지정학적으로 분쟁과 멀쟎아요. 자연은 압도적이고, 밀도는 낮고, 사람들 사이의 물리적 갈등 수위는 대도시 기준으로 낮은 편이예요. 총기 소지는 엄격히 제한되고, 민주주의는 비교적 잘 작동한다. 의료·교육 같은 기본 사회 인프라도 무너지지 않았고요. 살다보면 평화롭고 친절하고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며 사느냐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겠죠. 

평화의 정의를 묻다

글로벌 평화지수가 측정하는 것은 전쟁, 정치적 폭력, 군사화 수준입니다. 그 기준에서 뉴질랜드 2위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민자에게, 혹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평화란 조금 다른 언어로 말해지지요. 오늘 시티를 걸어도 두렵지 않은 것. 다음 달 집세를 낼 수 있는 것. 내가 이 도시에서 보여도 괜찮은 존재인 것. 

뉴질랜드의 평화는 진짜지만 그 평화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거죠.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과 고요함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여전히 버텨야 할 현실이고요. 이건 사실 어디나 마찬가지겠죠. 평화지수가 2위라는 사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만 그 숫자가 모두의 이야기를 담지는 못한다는 것 — 그것이 이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작점인거 같아요. 

 

 

참고: Global Peace Index 2026 (Vision of Humanity), NZ Crime and Victims Survey 2023 (Ministry of Justice), Salvation Army Homelessness Report 2025, RNZ, NZ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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